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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야심작 MD의 실패는 미래를 내다보는 근본적 혁신이 아니라 과거 성공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제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렇게 썼다. 많은 수의 논자들 또한 소니의 몰락을 전략의 실패에서 찾는다. 애플은 혁신적이었고 소니는 혁신적이지 않아서? 혁신과 혁신적이지 않음을 어떤 객관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소니는 과연 미래를 내다보는 근본적 혁신을 몰랐던 걸까? 그렇게 어리석을 만큼 내부 역량에 결함이 존재했을까? 그저 결과론적 분석은 아닐까?


MD와 아이팟은 음악사의 변곡점에서 만났다. 소니가 MD 즉 Mini Disk를 출시한 시점은 1992년 9월. 12월에 미국과 유럽에도 시판했다. iTunes의 탄생은 2001년 1월. iPad의 첫 모델은 당해 10월에 베일을 벗었다. 탄생 시차만 대략 9년이다. 


MD가 등장할 당시 MD는 혁신 그 자체였다. CD 포맷에 비해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재생뿐 아니라 녹음도 가능했고 크기는 더욱 작았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그덕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Sony의 MD 레코더는 지금 봐도 혹할 만큼 세련된 디자인과 유니크한 용모를 자랑한다.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콘텐트 소싱을 위해 막대한 자본금을 투입해 Sony Music도 설립했다. 베타맥스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분명 MD 는 혁신적인 미디어였고 이후 전개된 전략도 정교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실패할 전략처럼 보이지 않았다. 당대의 어떤 전문가들도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MD의 세상은 오지 않았다. 그건 Sony 탓이 아니었다. 


애플의 iPod이 주도권 넘어간 건 어쩌면 '운'이었다. 고속인터넷, 냅스터 등장, MP3 활성화 등 우연과도 같은 폭풍이 음악 산업에 몰아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으리라. 음악의 혁신이 음악 외 산업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으리라. MP3라는 포맷이 발표된 지 거의 10년이나 되도록 냅스터의 등장을 예상한 이도 없었다. 



2001년 출시된 iPod Classic 1세대 모델.



애플의 전략도 우수했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 첫 모델인 클래식 1세대 5GB를 399달러에 내놨다. 이듬해엔 10GB 모델을 499달러에 출시했다.(누가 뭐래도 비싼 가격대다.) iTunes라는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서 iPod은 어마어마 한 경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소니와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Sony는 테크놀로지의 방향성을 몰랐을까? 그리고 늦었을까? iPodd 발표되기 앞서 Sony는 NetMD를 내놨다. ATRAC 포맷의 파일을 PC에서 미니디스크로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장착됐다. USB 를 통해 상호 교류가 이뤄지도록 했다. Sony MZ-N1이 그 첫모델이다. 그들은 인터넷과의 Integration이 음악 미디어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1장당 1GB에 이르는 HI-MD 플레이어도 출시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Sony를 외면했다. 음악의 지존은 그렇게 왕좌를 내주었다. 양사 모두 정교한 미래 전략 하에서 음악 산업을 지배하려 했다. 소니는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음악 미디어의 격변기에 MD라는 모델로 지배하려 했고, 애플은 SoundJam의 인수와 냅스터의 소송 관련 위기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려 했다. 어쩌면 애플은 냅스터의 등장 그리고 소송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좋은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SoundJam보다 먼저 찾아간 Panic을 인수해 Jeff Robbin을 만나지 못했다면? 또 어찌됐을지 모릅니다. 


성공과 실패, 그 이면에는 이렇듯 우연이 존재합니다. 구조와 환경의 변화가 그 우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소니의 선택은 어쩌다 보니 잘못 풀렸고, 애플의 선택은 어쩌다 보니 잘 풀렸다"는 레이너의 분석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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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양부활